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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 병원 모금 문화 바꾸는 의사 5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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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생명사랑기금 작성일16-09-20 15:37 조회3,9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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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미래] [Cover Story] 병원 모금 문화 바꾸는 의사 5인방 

                                                                                                                                                                                                   감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2016.09.20 

     

     

    “직업은 의사, 기부 전도사로도 유명하죠”

    “기부는 의술 중 하나… 환자의 상황도 함께 고쳐야 완치”

     

    지난 5월 기준, 전 세계 대부호들이 기부를 약속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에서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한 143명의 부자 중 72명이 의료 분야에 나눔을 선언했다. 국내 병원들도 수익 대부분을 진료비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 의료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기부자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환자와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이 직접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로 나서고 있다. 연세의료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이화의료원 등 대표 주역 5인방을 만나봤다. 편집자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병원 모금 문화 정착 위해 1만번 거절도 이겨내”

    “사람들이 의사 이야기는 잘 경청해요. 귀를 열어주니 ‘기부가 좋다’는 이야기도 좀 더 들려줄 수 있죠(웃음).”

    전(前) 청와대 의무실 실장이기도 한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내시경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명의이자, ‘기부 전도사’로 유명하다. 모교 대학에 지금까지 1억원가량의 장학금을 기부해온 김 교수는 병원 발전도 ‘기부’에 달렸다는 생각에 2006년 연세의료원 초대 발전기금사무국장을 맡았다. 부푼 꿈으로 선진국의 모금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은 물론 비영리학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김 교수는 “모금 관련해 100여 개 질문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MD앤더슨·존스홉킨스·메이요 클리닉 등 미국 유수의 병원들은 매년 수십억원의 기부금 덕분에 불법체류자들도 치료해줄 수 있었고,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부문화도 걸음마 단계였던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 기부가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부에 동참해달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1만여 곳 교회에 보내봤지만 단 한 군데서도 답변이 오지 않았다.

    “정말 암담했죠. 한 목사님께 하소연하니 ‘좋은 일이니까 기부해달라고만 하면 절대 안 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현재 준비는 얼마나 됐고, 무엇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등 설명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사비를 털어 1억원을 기부해주셨죠.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이후 그는 환자들과 진료시간 외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기부가 필요한 상황들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청했다. 덕분에 처음 소액기부 의사를 비쳤던 한 기업 CEO는 10배 더 많은 기부를 약정하는 등 서서히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연세의료원_사진_연세의료원_20160920

    연세의료원은 2011년부터 의사들이 1박 2일 모금 워크숍에 참여, 역할극 등으로 모금을 독려하는 방법을 적극 배울 정도로 기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연세의료원   

     

    병원장 등 리더 20여 명을 모아 6년간 격주로 기부와 모금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든 모임을 정례화하니, 병원 구성원 전체에게 기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부자 예우제도’ 등이 도입됐고, 병원계 최초로 모금캠페인을 진행해 올해까지1750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기부금이 늘면서 수혜 받는 환자가 많아지고 병원 환경의 변화를 목격한 동료 의사들은 이제 모금 교육 워크숍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AI·메르스 등이 터진 뒤에야, 병원 연구 개발이나 의료주권에 관심을 갖고 병원 기부의 필요성에 동감하더라고요. 병원에 대한 기부가 단순 모금이 아닌,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대리 실현한다는 걸 묵묵히 계속 보여줄 겁니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교수, “월 3만원 기부하는 ‘믿음 통장’ 기획”

    “미국 대학병원들은 진료비 이외에 연구비, 기부금이 골고루 3분의 1씩 들어옵니다. 하지만 한국 병원은 90%가량 진료비에 의존합니다. 이 때문에 턱없이 많은 환자를 받고 1·2·3차 병원이 중복 진료하는 낭비가 이어집니다. ‘1분 진료에 그친다’ 등 병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죠.”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기부가 빠진 국내 병원 운영의 악순환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2013년부터 가톨릭중앙의료원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아 병원 모금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는 병원 기부가 다른 나눔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질환 등을 연구해달라고 병원에 기부하시는 분이 많죠. 덕분에 의사는 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물론, 기술수출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기부의 일석이조 효과죠.”

    기부를 독려할 기회가 있으면, 그는 자신이 직접 뛰어다닌다.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 기부의 가치를 설명할 때도 김 교수는 “단순히 ‘모금하자’가 아니라, 기부의 효과 그 자체를 정확히 공유하면, 의사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오래 기부에 참여한다”고 했다. “병원 진료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보통 2% 수익에 그칩니다. 환자 1만명을 진료하고 1억원을 벌어도 수치상 200만원밖에 못 버는 셈이죠. 반면 200만원 기부를 독려하는 것은 곧 1억원만큼 치료를 한 것이라고 효율성을 피력하면 금세 알아듣더라고요(웃음).”

    김 교수는 특히 ‘소액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예전엔 10억 이상 초고액 기부자들만 병원 건물벽 동판에 이름을 새겼지만, 그가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뒤 월 3만원씩 3년간 모으는 ‘믿음 통장’ 등 하루 1000원 기부를 생활화하게끔 하기도 했다. 그는 “기부는 마약 같아서 한번 시작하면 오래가기 때문에 작게라도 기부와 모금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3년간 그의 주변 동료 의료진 160여 명이 기부를 시작했다.

    “해외 의료봉사 하시는 의사분들에 비하면, 기부하는 건 정말 손쉽게 보람을 얻는 거예요. 더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석화 서울대병원 교수, “꾸준한 선행으로 후원자 감동 이끌어”

    서울대병원은 국공립 병원 등의 적극적인 모금 행위를 금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발적인 기부만 받을 수 있다. 이런 제약 속에서 환자들과 접촉이 가장 많은 의사들은 병원 기부의 ‘핵심 원동력’.

    그 중 김석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교수는 30년 넘게 구순구개열 등 소아 기형을 치료하면서, 저소득 가정의 선천성 안면 기형 아이들이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인들과 자선 모임을 만들어 20여년간 이어오고 10년 넘게 개발도상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등 ‘나눔 의사’로 유명하다. 이런 선행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그의 지인들은 자녀 결혼식,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마다 어린이 치료에 써달라며 서울대병원에 기부했다. 특히 ‘기부왕 요리사’로 유명한 일식집 ‘어도’의 배정철 대표는 17년 전 김 교수를 알게 된 후 병원에 기부를 시작, 지금까지 13억원을 후원했다.

    김 교수는 “병원 기부에 의료진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의사가 환자들의 상황을 가장 잘 아니까, 어떤 도움이 필요하고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등이 많이 보입니다. 병은 질환만이 아니라, 환자의 상황 등도 함께 고쳐야 비로소 완치돼요. 병을 고치는 의사라면 ‘기부’는 여러 ‘의술’ 중 하나인 셈이죠.”

    서울대병원_사진_병원_김석화_20160920

    서울대병원은 김석화 소아성형외과 교수, 김웅한 소아흉부외과 교수 등 의료진들이 의료봉사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선행을 보이며 기부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_사진_병원_우홍균_20160920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이 동료들과 밴드를 결성해 공연하는 모습. 공연 수익금을 매번 환자지원기금으로 기부하며 원내 재밌는 모금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젊은 교수들이 즐거운 나눔의 장(場)을 스스로 기획, 기부의 기쁨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특히 우홍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5년 전 의사 및 직원들과 8인조 음악밴드를 결성, 공연 후 수익금을 환자지원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멤버들이 ‘기부할수록 더 젊어진다’며 만족감이 크다”고 웃으며 “직접 나눔의 보람을 체험해본 의료진은 기부와 모금에 꾸준히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금이 병원 수익의 1%도 안 되는 데다 모금 활동도 어려워 모두가 병원 재단 설립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교수, “소아암 가족 위해 14년간 기업 설득 나서는 의사”

    “소아암은 평생 병원을 오가야 합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어린 환자들은 불과 며칠 머무를 곳이 없어 매번 전전긍긍했죠. 환자들이 계속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직접 만들어버리자’고 겁 없이 나섰죠.(웃음)”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4년 전 소아암 환자와 보호자가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 근처에 공동 거주 공간인 ‘참사랑의 집’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참사랑의 집은 구 교수가 쉼터를 위해 스스로 기부하고, 삼성카드 사회공헌팀을 직접 설득해 지원받은 기부금 덕분에 만들어졌다. 병원시설팀의 협조를 받아서 감염에 취약한 소아암 환자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막연히 ‘옮을까 봐’ 소아암 환자들의 입주를 반대하던 동네 주민들을 직접 설득한 것도 구 교수 몫이었다.

    구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받은 상금들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지도록 담당자들과 직접 현장에 동행, 참사랑의 집이 이뤄낸 성과들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동료 의사들도 기부를 시작했고, 환자 보호자들도 다달이 소액 기부에 동참해 현재 기부자는 150여명에 이른다. 덕분에 참사랑의 집을 이용하는 소아암 환자 및 가족들은 매년 700여명. 지금까지 거쳐 간 이만 7000명이 넘는다.

    구 교수는 “이젠 참사랑의 집이 하나의 ‘소아암 환자 패밀리’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완치된 아이들이 교사나 간호사 등으로 성장해서, 다시 참사랑의 집에 와서 봉사 활동을 합니다. 환자 보호자들은 이들을 보고 희망을 얻어 치료 의지를 다지죠. 보람이 수도 없습니다.” 

    삼성서울병원_사진_병원_미라클사진전_20160920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기부자를 중심으로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발족해 미숙아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로 했다. /박명호 사진작가 재능기부

     

    구 교수를 중심으로 소아청소년과에 지속적인 나눔 문화가 전파되면서, 최근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 및 간호사 등 90여명은 특별한 나눔 행사인 ‘미라클 소사이어티 사진전’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한 미숙아 중 건강하게 자란 20여 가족을 선정, 현재 모습을 사진 촬영하고 미숙아 때 사진과 비교해 보여주는 전시회를 병원 복도에 마련한 것. 이를 통해 현재 미숙아 환자와 가족들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 병원 이용객에게 미숙아 지원의 관심을 이끌기위해서였다. 임영주 삼성서울병원 대외협력실 사회공헌파트 파트장은 “환자와 인연이 깊은 의료진이 적극 참여한 덕분에 사진전을 보고 후원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구 교수는 “소외될 수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의사 등 의료진이 더 적극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승철 이화의료원장 “리더 직접 나서니 모금 발전 속도 남달라”

    이화의료원은 병원 리더가 모금 활동에 적극 나서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중환자실과 5~6인 병실에 환자들이 밀집돼 있는 걸 보면서 ‘과연 병원이 환자의 생명과 인격을 존중하고 있나’ 회의감이 커졌죠. 지금의 저렴한 의료수가 체계에서 환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방법은 ‘기부’뿐이겠더라고요.”

     경력 34년의 김승철 이화의료원 의료원장은 오랫동안 쾌적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3인 기준 병실, 1인 중환자실, 감염성 질환 진단 시 별도 경로로 응급실로부터 병실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구비된 최첨단의 새로운 병원 청사진을 그려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바로 ‘모금’이었다. 그 후 그는 기부자 발굴 이외에 병원 내 기부 교육 등을 담당하도록 대외협력실을 확대하고, 담당 교수와 직원들이 모금 전문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본인 역시 모금 전문가 리더십 교육을 별도 과외 받는다고 웃었다.

    리더의 적극적인 모습 덕분일까. 병원 기부를 적극 독려하는, 일명 내추럴 파트너(NP)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2년 새 60명이나 생겼다. 그는 “지금까지 4회 위촉식을 가졌는데, 기부와 모금의 중요성을 함께 배우고 특히 개인의 소명을 나눈 뒤엔 눈빛부터 더 적극적으로 달라진다”고 했다.

    모금에 의료진들이 나서면서 2년 새 병원건립기금으로 130억원에 가까운 모금이 이뤄졌고, 특히 기부자의 90%가 기부에 그치지 않고 교육·건축·사회공헌 등 3개 분과별로 나눠 참여하는 등 새 병원을 짓고 운영해 나가는 데 재능 기부자로도 나서고 있다.

     김승철 의료원장은 “기부가 병원 안팎을 단단하게 연결시켜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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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19/20160919021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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