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사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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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누리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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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생명사랑기금 작성일19-12-16 16:35 조회1,1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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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누리는 기쁨

    -자원봉사자 정인순-

     

    얼마 전 항생제내성균으로 1인실에 격리된 자문형호스피스 환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68세 미혼남자 환자분은 찾아오는 친인척도 없고 간병인과 의료진만이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수요일마다 환자분을 찾아뵈면 환자분은 저를 매우 반겨주셨고 저 또한 환자분을 돕고 싶었습니다. 환자분의 손톱과 발톱을 정리해 드리고 발마사지와 말동무를 했습니다. 환자분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하며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루는 저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며 수줍게 말씀 하셨습니다. 무엇일지 궁금해 귀를 쫑끗 세우고 들었습니다. 

    “저 머리를 커트하고 싶어요.”

    소원을 듣고 환자분의 머리를 보니 덥수룩했습니다. 병원 근처에 있는 미용실과 이발관에 방문해서 환자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출장이발을 요청했지만 격리된 환자는 비용을 아무리 많이 줘도 안된다고 거절당했습니다. 안타까운마음에 제가 환자분에게 ‘제가 미용기술은 없어서 모양은

    예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도 하실래요?’라고 여쭤보니 

    "괜찮아, 내가 이 안에만 있는데, 어딜 가나?"

    라고 기뻐하셨습니다. 저는 한걸음에 달려가 가위와 빗을 사왔습니다. 간병인의 부축으로 휠체어에 앉혀드리고 보자기를 두르고 조심스럽게 이발을 해드렸습니다. 제가 봐도 그럴듯한 멋진 헤어스타일이 완성되었습니다. 환자분은 이제 소원을 이뤘다면서 백배나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다음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천하셨습니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로 그분을 마지막으로 기쁘게한 아름다운 열매라고 생각하고 말기 암환자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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